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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안락사 개념 죽을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

by 헬크트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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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국화 죽음 안락사

1985년 6월 11일 우리는 이른바 "죽을 권리"를 둘러싼 길고도 복잡한 논쟁의 일단락을 보았습니다.

 

1975년 어느 날 미국에 사는 21세 여성이 술과 약물을 타 마신 후 기절했습니다. 그녀는 그대로 혼수상태로 빠졌으며 결코 깨어나지 못했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1년이 넘는 세월을 병원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녀의 부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딸이 더 이상 고통받기를 원치 않는다며 법원에 그녀에 대한 연명치료를 합법적으로 중단시켜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Karen Ann QuinlanKaren Ann Quinlan euthanasia
 Karen Ann Quinlan(왼쪽)과 그녀의 부모 조셉과 줄리아 퀸란 / 출처: nj1015.com

 

이 사건은 당시 미국사회에 인간의 존엄성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 많은 논란과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온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신성한 생명을 저버리는 것은 신께 죄를 짓는 것이라는 종교적인 반대 여론에 맞서 "스스로의 목숨을 결정하는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는 진보적인 견해와 본인과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 않고 스스로 "좋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찬성의 입장이 서로 부딪히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결국 1976년 항소를 통해 뉴저지 대법원에서 승리한 부모들은 그녀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게 됩니다.

 

Karen Ann Quinlan 사건은 연명치료로 삶을 유지하는 이들의 "죽을 권리"에 대한 법적, 의료적 관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 사회에 점차 안락사라는 개념이 확립되었습니다.

 

안락사의 개념

노인 여성 할머니 안락사하늘로 향하는 계단 지팡이와 노인
바다와 노부부의 맞잡은 손

 

안락사(Euthanasia)는 그리스어로 '좋은 죽음'을 의미하는 뜻의 Euthanatos를 어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치유가 어려운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과거에도 개인이 자신의 존엄성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안락사 즉 '좋은 죽음'이라는 개념이 있어 왔습니다. 이는 다양한 정치 문화를 가진 집단에서 과연 '좋은 죽음'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에 따라 개념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이러한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 것에 대하여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다양한 나라에서 과거로부터 보편적으로 인식했었던 '좋은 죽음'이라는 개념을 정리하여 안락사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 그리고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에 의해 간주된 '좋은 죽음'이란 본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이라고 여겼으며 고통과 치욕을 피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야 말로 인간으로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기독교가 도래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신에 대한 죄악이라 여기게 되었고 이러한 안락사가 생존과 자신을 사랑해야 할 인간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생각하여 사회에서 금기시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몽운동이 시작된 이후 죽음을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최후의 선택지로서 자살을 인정하고 안락사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견해도 점차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9세기에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프랜시스 골턴의 우생학에 영향을 받은 자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위적 죽음이야말로 미래 세대의 생물학적 질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죽음'이라고 주장하였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까지도 생겨나 안락사는 이른바 '도태적 안락사'라는 개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비자발적 안락사인 '도태적 안락사'의 개념은 결국 변질되어 유태인과 장애인들은 참혹한 학살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후 안락사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지게 되었고 안락사는 다시 우리 사회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세기 후반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인공호흡기, 항생제, 투석 등 생명의 연장을 가능케 하는 의료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완치가 힘들거나 의식을 잃은 환자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사의 판단만으로 의료장비에 의존해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받는 일들이 발생하였고 환자와 가족들 사이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현대에 이르러서는 치료가 힘들거나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질병에 걸렸을 경우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는 권리로 인한 죽음을 바로 '좋은 죽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는데요.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허락하는 판례가 각국에서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였고 심지어 건강할 때 연명치료와 관련된 유언을 미리 남기는 경우도 생겨나게 됩니다.

 

만약 자신이 의식이 없는 경우 혹은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 발생할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유언이 법적으로 승인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좋은 죽음'을 택하려는 의지와 행동들을 과거부터 해왔으며 때로는 자의에 의하지 않은 강제적 학살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 안락사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통스럽거나 치료할 수 없는 질병, 또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가 인공적인 생명유지를 철회함으로써 스스로를 죽게 내버려 두는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안락사가 가능한가?

병원 환자꺼진화면 병실 입원실

 

환자 안락사

 

현재 우라나라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지 않는데요. 적극적인 안락사는 형법상 촉탁살인죄 또는 자살방조죄 등으로 처벌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는 인정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소극적인 안락사 또는 존엄사라고 표현하는데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이러한 법은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전 총리 드리스 판아흐트와 그의 부인 외제니 여사  /   (IMAGO/Piemag/Reuters) 

 

얼마 전 네덜란드의 전 총리 드리스 판아흐트와 그의 부인 외제니 여사가 동반으로 안락사를 선택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살아온 93세 동갑내기 부부였습니다.

 

판아흐트 총리는 2019년 뇌출혈로 인해 계속해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부인과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덕분에 저도 많은 생각과 함께 안락사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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